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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ㆍ위메프 사태의 주요 이슈와 정책방향
이슈보고서 24-21 2024.10.17
- 연구주제 금융산업
- 페이지 18 Page
최근 티몬과 위메프를 비롯한 대형 오픈마켓이 온라인 상거래 결제자금을 유용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상거래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흐름이 형성된다. 첫 번째는 재화 혹은 서비스의 흐름이며, 두 번째는 정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결제자금 흐름이다. 이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상거래 시장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특히 후자인 결제자금의 흐름은 상거래의 성립을 위해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시장의 필수 인프라에 해당한다. 그런데 티몬과 위메프 등의 오픈마켓은 결제자금의 흐름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했고, 이를 통해 오픈마켓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결제자금 흐름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그 결과 해당 오픈마켓은 사실상 붕괴되었고, 수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1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에 직면해 있다.
대형 오픈마켓에 의한 판매대금 유용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오픈마켓을 비롯한 사업자가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를 겸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이 허용될 경우,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결제자금을 유용하는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PG의 고유계정과 결제자금계정의 분리조치도 필요하다. 즉, 사업자와 PG의 분리, PG 내부의 계정 분리 등 이중의 분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결제의 완결성이 보장될 수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오픈마켓에 의한 판매대금 정산기한 단축은 부차적인 해결책에 해당하는데, 이는 이중의 분리가 이루어질 경우 정산기한 단축은 저절로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거래를 위한 결제자금이 완전히 분리되어 오픈마켓과 같은 사업자 혹은 PG가 유용할 수 없다면, 정산대금 지급을 미룰 유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에 의한 오픈마켓 규제 및 감독 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PG를 겸영한다는 이유로 오픈마켓과 같은 비금융업자를 금융당국이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금융당국은 오픈마켓의 PG겸영 금지를 통해 결제자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오픈마켓을 비롯한 비금융업자가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대형 오픈마켓에 의한 판매대금 유용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오픈마켓을 비롯한 사업자가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를 겸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이 허용될 경우,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결제자금을 유용하는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PG의 고유계정과 결제자금계정의 분리조치도 필요하다. 즉, 사업자와 PG의 분리, PG 내부의 계정 분리 등 이중의 분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결제의 완결성이 보장될 수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오픈마켓에 의한 판매대금 정산기한 단축은 부차적인 해결책에 해당하는데, 이는 이중의 분리가 이루어질 경우 정산기한 단축은 저절로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거래를 위한 결제자금이 완전히 분리되어 오픈마켓과 같은 사업자 혹은 PG가 유용할 수 없다면, 정산대금 지급을 미룰 유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에 의한 오픈마켓 규제 및 감독 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PG를 겸영한다는 이유로 오픈마켓과 같은 비금융업자를 금융당국이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금융당국은 오픈마켓의 PG겸영 금지를 통해 결제자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오픈마켓을 비롯한 비금융업자가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Ⅰ. 배경
온라인 상거래(E-Commerce)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3년 38조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229조원까지 확대되었다.1)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시장규모가 6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그림 Ⅰ-1 참고)>.
이러한 와중에 최근 대형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대금의 대규모 유용사태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번 사태 발발 직전까지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가 각각 94만명, 79만명에 달하는2) 대규모 오픈마켓으로, 이들에 의한 판매대금 유용이 야기하는 후유증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티몬과 위메프는 전액 자본잠식으로 지급불능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에 따라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이 사후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회복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 글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과 원인을 파악하고,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를 제시한다.
Ⅱ.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 문제
이번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PG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온라인 상거래에서 PG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1. 온라인 상거래와 PG의 역할
구매자가 온라인상점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그림 Ⅱ-1> 참고). 먼저 구매자는 온라인상점에 접속해 상품을 선택하고 주문한다(①). 주문을 완료하려면 구입대금을 결제해야 하는데, 결제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결제창이 뜬다. 결제창에는 신용카드결제, 계좌이체, 휴대폰결제, 간편결제 등 다양한 결제수단이 한 눈에 보기 좋게 게시되어 있다. 구매자는 이 중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한 다음 결제정보를 입력한다(①-1). 온라인 상거래에서 결제창을 띄워 구매자의 결제가 간편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곳을 PG(payment gateway)라고 한다. PG는 구매자가 가진 결제수단이 무엇이든 결제를 가능케 하는, 일종의 온라인 계산대인 셈이다. PG의 존재에 힘입어 구매자의 결제가 한결 용이해짐은 물론이다.
전술한 구매자가 결제창에서 A카드사가 발행한 신용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선택했다고 하자. PG는 구매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A카드사에 결제승인 요청을 보낸다(②). A카드사는 해당 카드의 분실, 도난, 한도초과 여부 등을 확인한 후 PG에 결제승인 정보를 보내고(③), PG는 수령한 결제승인 정보를 온라인상점에 전달한다(④). 그리고 결제승인 정보를 받은 온라인상점은 상품구매가 확정되었다는 메시지를 구매자에게 보냄으로써 계약이 체결된다(⑤).
한편, A카드사는 구매계약 체결 이후 2영업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PG에 지급한다.3) 그러면 PG는 이 대금을 모아 두었다가 주기적으로 온라인상점에 전달한다. 온라인상점이 판매대금을 카드사로부터 직접 받지 않고 PG를 통해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PG를 이용함으로써 수많은 카드사, 은행 등 금융기관과 직접 계약하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가 PG의 존재로 결제 상의 편의를 얻는 것처럼, 온라인상점 역시 PG 덕분에 판매대금 정산과 관련하여 상당한 편익을 누리는 것이다.
이처럼 PG는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수많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결제정보를 송수신하는 한편, 결제대금의 정산을 대행하거나 매개한다.4)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상거래가 빠르게 성장한 데는 PG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2.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
이번에 문제가 된 티몬ㆍ위메프 등은 오픈마켓(open market)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온라인상점은 자신이 보유한 상품을 자신이 만든 별도의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판매한다. 반면, 오픈마켓은 다수의 온라인상점을 대신해 대규모 온라인사이트를 개설한다. 그러면 온라인상점들은 이 사이트에 입점하여 물건을 판매한다. 오픈마켓은 일종의 온라인장터 제공자인 셈이다. 법률에서는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업자는 통신판매업자로, 온라인장터를 제공하는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정의한다.5)
자신의 사이트를 직접 개설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사업자 입장에서, 대형 오픈마켓은 물건을 한층 용이하게 판매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오픈마켓의 존재로 인해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오픈마켓이 PG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했다는 데 있다.
<그림 Ⅱ-2>는 PG를 겸영하는 오픈마켓에서의 상거래 과정을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구매자가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2의 상품을 주문한다고 하자(①). 그러면 구매자는 1차PG가 제공하는 결제창을 통해 A카드사가 발행한 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선택한 후 결제정보를 입력한다(①-1). 결제창을 제공하는 PG를 1차PG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픈마켓이 겸하는 PG(이하 2차PG)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튼 구매자의 결제정보를 수신한 1차PG는 A카드사에 결제승인을 요청하고(②), 카드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A카드사는 1차PG에 결제승인 정보를 보낸다(③). 결제승인 정보를 받은 1차PG는 이 정보를 2차PG를 겸영하는 오픈마켓에 전달한다(④). 그러면 오픈마켓은 자신에게 입점해 있는 셀러2에게 주문정보를 보내고(⑤), 셀러2는 주문정보를 바탕으로 구매자와 계약을 체결한다(⑥). 여기까지는 PG가 둘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 말고는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와 별 차이가 없다.
차이가 나는 것은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과정이다. A카드사는 여느 거래와 마찬가지로 구매계약 체결일로부터 2영업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1차PG에 지급한다. 판매대금을 받은 1차PG는 이 대금을 셀러2에게 직접 정산해주지 않는다. 대신 2차PG를 겸하는 오픈마켓에 판매대금을 곧바로 전달한다. 1차PG는 판매대금을 오픈마켓에 그대로 흘려 보내는 일종의 도관(conduit)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셀러2를 포함, 오픈마켓에 입점한 수많은 셀러들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주체는 2차PG 역할을 맡은 오픈마켓이다. 대신 2차PG는 결제정보 송수신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에서는 결제정보 송수신 및 일체의 대금정산을 단일PG가 모두 수행한다. 반면, 오픈마켓 상거래의 경우 결제정보 송수신 및 2차PG에 대한 대금정산은 1차PG가, 셀러에 대한 대금정산은 2차PG가 나누어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3. 오픈마켓의 정산지연 및 정산대금 유용
<그림 Ⅱ-2>에서 본 바와 같이,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것은 전적으로 2차PG를 겸하는 오픈마켓의 역할이다. 그런데 티몬과 위메프는 1차PG로부터 수령한 판매대금을 길게는 70일이 경과한 후에야 셀러에게 지급해왔다. 오픈마켓과 달리, 여타 대형마트 등 판매를 위한 상품을 자신이 직접 매입하는 사업자들은 납품대금 정산기한 규제를 받는다. 실제로,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6), 년간 소매업종 매출액 1천억원 이상인 대형 유통업자는 납품업자에게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지급해야 한다.7) 이는 협상력이 취약한 납품업자 등에 대한 대형 유통사의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면, 티몬이나 위메프처럼 온라인 상에서 순수 판매중개업만 영위하는 오픈마켓을 규율하는 법률은 ‘전자상거래법’인데, 이 법에는 판매대금 정산기한과 관련한 규제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 ‘전자상거래법’은 온라인 입점업체가 아닌 온라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기 때문이다.8)(<표 Ⅱ-2> 참고)
과거 티몬과 위메프는 자신이 판매할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대형 유통업자인 동시에 오픈마켓 플랫폼을 제공하는 중개업자의 역할을 병행했다. 이에 따라 티몬과 위메프 역시 정산기한 관련 규제 대상이었다. 그러나 2019년 양사 모두 100% 중개업자로서 온라인플랫폼(온라인장터)만 제공하는 오픈마켓으로 전환함으로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를 통해 셀러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은 전적으로 오픈마켓의 처분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 결과 판매대금 정산기한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티몬ㆍ위메프가 셀러에게 지급되어야 할 판매대금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유용했다는 점이다. 사실 판매대금 정산이 늦어진다 해도 이들 판매대금이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면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셀러 입장에서 정산지연에 따른 시간적 손실을 입을지언정 적어도 판매대금을 떼일 염려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PG를 겸하는 티몬과 위메프는 판매대금을 자신의 자금과 한데 섞어 사용함으로써, 응당 셀러에게 가야 할 돈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기한을 비정상적으로 늘린 것도 애초 판매대금을 최대한 자유롭게 유용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판매대금을 유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정산기한을 그처럼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셀러에게 가야 할 정산대금의 일부를 자신의 마케팅 비용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이 미국 이커머스 기업인 ‘위시(Wish)’를 인수하는 데도 상당한 규모의 셀러 돈이 유용된 것으로 보인다.9)
이처럼 판매대금 유용규모가 확대되면서 오픈마켓 내부에 남아 있는 자금은 급속히 말라갔다. 결국 기한이 도래한 판매대금 정산을 위해서는 신규 자금 유입이 필요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2024년 6월말~7월초 기간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을 급격히 늘리고자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티몬과 위메프의 일평균 카드 결제금액은 평소 2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6월말부터 급격히 상승해 400억~6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되었으며, 7월 6일에는 평소의 4배가 넘는 897억원을 기록했다.10) 그러나 프로모션이 한창이던 7월 7일부터 판매대금 정산지연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7월 24일에는 카드사들이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결제자금 지급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른다.
PG를 겸영하던 일부 오픈마켓의 정산대금 유용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티몬ㆍ위메프가 입점업체에게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 총액은 1조 3천억원이며, 피해 입점업체 수는 48,124개에 달한다. 입점업체의 업종별 피해규모는 디지털ㆍ가전, 상품권, 식품, 생활ㆍ문화, 패션ㆍ잡화, 여행 순이었다.11)
한편, 오픈마켓이 셀러의 자금을 유용했다고 하더라도, 오픈마켓의 지급능력이 충분하다면 채권자인 셀러는 사후적으로 판매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양사 모두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즉 전액 자본잠식으로 지급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표 Ⅱ-3>, <표 Ⅱ-4> 참고).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들이 미정산 판매대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말이다.
정산대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던 티몬과 위메프는 7월 29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그리고 향후 투자유치 등을 통해 미정산 부채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미 지급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대규모 미정산 부채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구매자와 셀러들이 이들 오픈마켓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카드사의 결제자금 지급이 중단된 7월24일 시점에서 양사의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는 각각 94만명, 79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 후인 8월10일에는 각각 10만 8천명, 8만 7천명으로 급감했다.12) 사태 발발 2주만에 약 90%에 달하는 사용자가 이들 오픈마켓을 떠난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용자가 떠난 오픈마켓에 신규 자금을 공급할 투자자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따라서 회생계획이 성공할 개연성 또한 극히 낮다고 하겠다.
피해를 입은 것은 입점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행패키지 등 결제 후 3~6개월이 지난 후에 실제 소비가 이루어지는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피해에 직면해 있다. 이미 상품대금을 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대금을 오픈마켓으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여행사들이 상품제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가 확대된 데는 일부 은행들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근래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자 은행들은 기업대출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픈마켓 입점업체에 대한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셀러들이 향후 오픈마켓으로부터 정산 받을 판매대금을 담보로, 은행들이 대출(소위 선정산대출)을 공격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2024년 7월말 기준으로 선정산대출 규모는 1,584억원에 달한다.13) 은행권의 대출에 힘입어 셀러들은 오픈마켓을 통한 판매를 보다 적극적으로 늘려 나갔고, 그 결과 피해규모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0년 이후 티몬과 위메프 모두 전액 자본잠식으로 지급불능 상태였다. 셀러에게 귀속될 정산자금을 쌈짓돈처럼 쓰고 있던 오픈마켓의 지불능력이 훼손될 경우, 셀러들에 대한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것임은 재무제표만 살펴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은행권의 선정산대출 확대는, 담보 중심의 기계적 대출관행 심화로 인해 은행의 정보생산기능이 크게 저하되었다는 세간의 주장을 입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Ⅲ. 티몬ㆍ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
티몬ㆍ위메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논의되는 정책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된다. 오픈마켓에 의한 정산대금 유용 방지, 정산기한 단축, 오픈마켓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가 그것이다. 이하에서는 이들 각각의 정책방향이 갖는 의미와 장단점 등을 논의한다.
1. 정산대금 유용 차단을 위한 방향: 이중 분리
판매대금의 정산은 지급결제업무에 해당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지급결제업무는 보관업에서 파생된 것이다. 실제로 고객의 자금을 보관하는 보관업자는 돈을 맡긴 고객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거나 혹은 장부상에서 이체함으로써 지급결제업무를 함께 영위했다. 이러한 점에서 보관과 지급결제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업무인 셈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비롯 유사 이래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한 수많은 금융업자가 모두 보관업자였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14)
보관업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보관 물건의 이용가능성(availability)이 전적으로 보관을 의뢰한 고객에게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보관업자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고객의 자금을 유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은 보관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급결제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보관과 지급결제가 사실상 동일한 업무인 만큼, 지급결제를 담당하는 PG에는 보관업자에 준하는 법적 지위와 의무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온라인 상에서 구매자와 판매자를 위해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는 PG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결제자금 흐름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이러한 취지가 이미 법률에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EU에서 지급결제업자 규제는 지급결제서비스지침2(Payment Services Directive 2: PSD2)에 기초한다. 이에 따르면 지급결제업자(payment institution)는 지급결제를 위해 수취한 자금을 업자 자신의 사업자금을 포함, 여타 자금과 결코 혼용(commingle)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미정산자금은 최종지불이 이루어질 때까지 은행계좌에 예치하거나 유동성 높은 안전자산계좌(예: MMF)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 미정산자금이 예치되는 은행계좌나 안전자산계좌는 지급결제업자가 재량권을 발휘할 수 없는 별도의 분리된 계좌(separate account)이다. 따라서 설령 지급결제업자가 파산하더라도, 이들 계좌에 예치된 미정산자금은 파산한 지급결제업자의 채권자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격리(insulation)되어야 한다.15) 만약 미정산자금의 별도예치가 어렵다면, 해당 자금을 보험에 가입하거나, 보험사,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지급보증을 받아야 한다. 이 때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보험사나 은행은 지급결제업자와 지분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곳이어야 한다.16)
영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국의 지급결제업자는 지급결제서비스규제(Payment Services Regulation)의 규율 대상이다. 지급결제업자는 지급결제를 위해 수취한 자금(relevant funds)을 자신의 자금과 혼용해서는 안 되며17), 미정산자금은 상업은행 혹은 중앙은행(Bank of England)에 분리 예치하거나, 금융감독청(FCA)이 승인하는 유동성 높은 안전자산(relevant assets)에 분리 투자해야 한다.18) 한편, 분리 대상 미정산자금에는 지급을 의뢰한 고객(payer)으로부터 직접 수취한 자금뿐 아니라, 지급결제를 위해 다른 지급결제업자로부터 수취한 자금도 포함된다.19)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상에서 카드사, 은행 등 전통적 지급결제업자를 대신해 지급결제기능을 수행하는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 역시 결제자금의 분리예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편, 싱가포르의 지급결제서비스법(Payment Services Act)은 지급결제업무에 관여하는 일체의 업자 모두를 포섭하는 포괄적 법률이다. 이에 따르면 지급결제를 위해 수취한 자금(relevant money)은 은행 등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해당 자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받아야 한다.20)
전술한 해외 사례는 유형불문하고 지급결제기능을 수행하는 업자 전반에 적용되는 것으로, 지급결제를 대행하는 PG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PG를 규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에는 이를 방지할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이러한 규제공백으로 인해 이번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향후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오픈마켓을 비롯 여타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PG와 같은 지급결제업무를 겸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1차분리: PG와 사업자의 분리). 이를 통해 오픈마켓 등 사업자 자금과 상거래를 위한 지급결제 자금이 혼용될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나아가 PG자체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즉, PG의 고유계정을 지급결제계정과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2차분리: PG 내부의 계정 분리). 경제의 혈맥을 담당하는 지급결제는 100% 확실성이 보장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PG의 고유계정과 지급결제계정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PG 자체의 수익 악화 혹은 자금유용 등으로 지급결제는 언제든 확실한 것이 아닌 확률적인 것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산업자본에 의한 PG 소유가 금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위험은 실제적인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와 PG의 분리, PG 내부의 계정분리라는, 이중의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중 분리가 이루어질 경우, 논의되는 대안의 하나인 오픈마켓 보유 정산대금에 대한 지급보증보험 가입 조치는 불필요하다.
한편, 상품권 발행자에게도 유사한 규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상품권이든 오프라인 상품권이든, 상품권 구입자는 상품권 사용을 통해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상품권 구입자는 상품권 발행자에게 구매자금의 일시적 보관을 의뢰한 것이다. 그렇다면 상품권 발행업자는 구매자금의 보관업자에 해당하며, 따라서 상품권 발행으로 받은 자금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1999년 상품권 발행과 유통을 규제하던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현재 오프라인 상품권 발행업자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그 결과 인지세만 납부하면 한도 제한 없이, 심지어 지급불능 상태인 업자도 제약 없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 티몬ㆍ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문제가 드러난 해피머니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앤씨는 만성적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상품권을 발행, 유통시킨 결과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상품권 발행업자에게도 보관업자 혹은 결제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부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술한 논의는 온라인 상품권 발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행히 지난 9월 15일부터 선불충전금을 비롯한 온라인상품권 발행자금은 100% 별도 관리가 의무화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온라인 상품권과 관련한 결제자금 유용 위험은 대부분 제거될 것으로 판단된다.21)
다만,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충전금의 사용처가 직영점으로 제한된 곳은 별도관리 의무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선불충전카드 발행자가 대형 사업자라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수익 감소 등으로 건전성이 훼손될 경우 카드 발행 자금이 위태롭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별도관리 의무에 예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 정산기한 단축, 감독강화는 부차적 문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판매대금의 정산기한 단축이 논의되고 있다. PG를 겸하는 오픈마켓이 판매대금을 이른 시일 내에 셀러에게 지급하도록 강제한다면 판매대금 유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급결제의 완결성 확보라는 점에서 볼 때, 정산기한 단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정산기한 단축으로 판매대금 유용 가능성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거래의 특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상거래의 속성상 교환, 환불, 오배송, 오착송 등 역정산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산기한의 일괄 단축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아울러 전술한 이중의 분리가 이루어진다면, 추가적인 규제 없이도 정산기한 단축은 저절로 달성될 개연성이 크다. 상거래를 위한 결제자금이 완전히 분리되어 오픈마켓과 같은 사업자 혹은 PG가 유용할 수 없다면, 정산대금 지급을 미룰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산기한 단축이 결제자금의 분리에 비해 부차적인 이유는 또 있다. 정산기한 단축은 본래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지배력 남용 방지, 즉 공정거래를 위한 것이다. 이와 달리, 결제자금의 분리는 시장의 작동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과 관련되어 있다. 결제자금의 분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급결제의 완결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그 결과 시장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다만, 공정거래는 누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가의 문제인 반면, 지급결제의 완결성 여부는 시장의 성립, 나아가 시장의 발전 혹은 존폐를 결정짓는 한 차원 더 높은 문제에 해당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끝으로 금융당국이 오픈마켓에 대한 건전성 규제와 사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현재 PG는 금융위원회의 등록 대상22)이며, 따라서 PG를 겸영하는 오픈마켓도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등록 PG에 대해서는 일부 재무건전성 규제가 부과된다. 일례로 PG는 항시 자기자본>0,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50% 이상, 안전자산 비중 10% 이상 등의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23) 그러나 허가업자가 아닌 등록업자인 만큼 이들에 대한 규제강도는 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본금 증액, 배당제한, 영업정지 등 강제력이 동반되는 정부의 경영개선조치는 허가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24) 대신 등록업자에 해당하는 PG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는 경영개선협약(MOU)을 통해 감독당국이 관리하고 있다.25)
한편에서는 PG에 대한 이와 같이 약한 규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PG를 겸하는 오픈마켓을 금융당국의 허가대상으로 편입하고, 이를 통해 오픈마켓에도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성 있는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업에 전문화된 규제 및 감독기구다. 따라서 오픈마켓과 같은 비금융업의 경우, 지식과 정보 면에서 금융당국은 해당 관할 부처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종류와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용한 자원을 금융회사를 규제하고 감독하는 데 모두 투입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PG를 겸영한다는 이유로 오픈마켓과 같은 비금융업자를 금융당국이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금융당국은 오픈마켓의 PG겸영 금지를 통해 결제자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오픈마켓을 비롯한 비금융업자가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Ⅳ. 맺음말
이번 사태가 던지는 분명한 교훈은, 동일한 기능을 영위하는 경우 사업자 유형에 상관없이 동일한 규제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금융회사건 비금융회사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혹은 하이브리드건, 어떤 사업자라도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자금의 보관 및 결제기능을 수행한다면 이는 금융기능으로 규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규제를 위한 원칙은 철저한 분리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할 때, 이번에 문제가 된 티몬과 위메프는 물론, 배달앱, 숙박앱 등 어떠한 형태로든 고객의 결제자금을 보관, 관리하는 업자라면 이 자금을 회사자금으로부터 엄격히 격리시켜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상품권을 발행하는 사업자도 예외가 아니다.
보관ㆍ결제업자에 의한 자금유용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26) 이는 보관자금 혹은 결제자금을 유용하려는 유인이 시공간을 초월할 정도로 보편적인 동시에 매우 강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결제시장 완결을 위한 규제 역시 그만큼 엄격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EU, 싱가포르 등과 같이 결제기능을 제공하는 일체의 업자를 규제대상으로 포섭하는, 포괄적 지급결제업법의 제정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업태의 출현에 따른 지급결제와 관련한 규제공백이 해소되고, 그 결과 지급결제의 완결성, 나아가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자금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플랫폼 시장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픈마켓을 비롯한 유통업자는 본업인 유통부문의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고객의 결제자금을 활용해 자신의 이익과 성장을 꾀함으로써 결제시장의 작동을 방해하는 것은 결코 혁신일 수 없다. 혁신 역시 시장이 작동하는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인프라가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포장된 사익추구 행위로 인해 시장의 근간이 훼손될 위험은 없는지 보다 냉철하게 살필 시점이다.
1) 통계청
2) Insight Report(2024. 8. 16)
3)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카드가맹점 표준약관’에 의해 판매계약 체결 2영업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4) PG를 규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PG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로 정의된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19호
5)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제2조
6) 대규모유통업법의 정식 명칭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다.
7)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8) 전자상거래법 제1조
9) 정무위원회(2024. 7. 30)
10) Insight Report(2024. 7. 31)
11) 기획재정부(2024. 8. 25)
12) Insight Report(2024. 8. 16)
13) 금융감독원
14) 신보성(2024b)
15) Payment Services Directive2, Article10. 1(a)
16) Payment Services Directive2, Article10. 1(b)
17) The Payment Services Regulations 2017, Part3, 23(5).
18) The Payment Services Regulations 2017, Part3, 23(6).
19) The Payment Services Regulations 2017, Part3, 23(1)(b).
20) Payment Services Act 2019, Part2, Subdivision2, 23(2)
21)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제13조의2 제1항
22)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 제2항
23) 전자금융감독규정 제63조 제1항
24) 전자금융거래법 제42조 제3항; 전자금융감독규정 제64, 65, 66조
25) 전자금융감독규정 제63조 제3항
26) 신보성(2024b); De Soto(1998)
참고문헌
기획재정부, 2024. 8. 25, 위메프ㆍ티몬 사태 피해현황 점검 및 e커머스 제도개선방안 논의.
모바일인덱스, Insight Report(2024. 7. 31; 2024. 8. 16), //www.mobileindex.com/insight-report
신보성, 2024a, 티몬ㆍ위메프 사태의 핵심쟁점과 과제,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4-17호.
신보성, 2024b, 『부채로 만든 세상』, 이콘.
정무위원회, 2024. 7. 30, 티몬ㆍ위메프의 미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
De Soto, J.H., 1998, Money, Bank Credit, and Economic Cycles, Mises Institute.
온라인 상거래(E-Commerce)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3년 38조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229조원까지 확대되었다.1)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시장규모가 6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그림 Ⅰ-1 참고)>.
이러한 와중에 최근 대형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대금의 대규모 유용사태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번 사태 발발 직전까지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가 각각 94만명, 79만명에 달하는2) 대규모 오픈마켓으로, 이들에 의한 판매대금 유용이 야기하는 후유증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티몬과 위메프는 전액 자본잠식으로 지급불능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에 따라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이 사후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회복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 글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과 원인을 파악하고,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를 제시한다.
Ⅱ.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 문제
이번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PG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온라인 상거래에서 PG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1. 온라인 상거래와 PG의 역할
구매자가 온라인상점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그림 Ⅱ-1> 참고). 먼저 구매자는 온라인상점에 접속해 상품을 선택하고 주문한다(①). 주문을 완료하려면 구입대금을 결제해야 하는데, 결제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결제창이 뜬다. 결제창에는 신용카드결제, 계좌이체, 휴대폰결제, 간편결제 등 다양한 결제수단이 한 눈에 보기 좋게 게시되어 있다. 구매자는 이 중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한 다음 결제정보를 입력한다(①-1). 온라인 상거래에서 결제창을 띄워 구매자의 결제가 간편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곳을 PG(payment gateway)라고 한다. PG는 구매자가 가진 결제수단이 무엇이든 결제를 가능케 하는, 일종의 온라인 계산대인 셈이다. PG의 존재에 힘입어 구매자의 결제가 한결 용이해짐은 물론이다.
전술한 구매자가 결제창에서 A카드사가 발행한 신용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선택했다고 하자. PG는 구매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A카드사에 결제승인 요청을 보낸다(②). A카드사는 해당 카드의 분실, 도난, 한도초과 여부 등을 확인한 후 PG에 결제승인 정보를 보내고(③), PG는 수령한 결제승인 정보를 온라인상점에 전달한다(④). 그리고 결제승인 정보를 받은 온라인상점은 상품구매가 확정되었다는 메시지를 구매자에게 보냄으로써 계약이 체결된다(⑤).
한편, A카드사는 구매계약 체결 이후 2영업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PG에 지급한다.3) 그러면 PG는 이 대금을 모아 두었다가 주기적으로 온라인상점에 전달한다. 온라인상점이 판매대금을 카드사로부터 직접 받지 않고 PG를 통해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PG를 이용함으로써 수많은 카드사, 은행 등 금융기관과 직접 계약하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가 PG의 존재로 결제 상의 편의를 얻는 것처럼, 온라인상점 역시 PG 덕분에 판매대금 정산과 관련하여 상당한 편익을 누리는 것이다.
이처럼 PG는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수많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결제정보를 송수신하는 한편, 결제대금의 정산을 대행하거나 매개한다.4)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상거래가 빠르게 성장한 데는 PG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2.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
이번에 문제가 된 티몬ㆍ위메프 등은 오픈마켓(open market)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온라인상점은 자신이 보유한 상품을 자신이 만든 별도의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판매한다. 반면, 오픈마켓은 다수의 온라인상점을 대신해 대규모 온라인사이트를 개설한다. 그러면 온라인상점들은 이 사이트에 입점하여 물건을 판매한다. 오픈마켓은 일종의 온라인장터 제공자인 셈이다. 법률에서는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업자는 통신판매업자로, 온라인장터를 제공하는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정의한다.5)
자신의 사이트를 직접 개설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사업자 입장에서, 대형 오픈마켓은 물건을 한층 용이하게 판매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오픈마켓의 존재로 인해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오픈마켓이 PG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했다는 데 있다.
<그림 Ⅱ-2>는 PG를 겸영하는 오픈마켓에서의 상거래 과정을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구매자가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2의 상품을 주문한다고 하자(①). 그러면 구매자는 1차PG가 제공하는 결제창을 통해 A카드사가 발행한 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선택한 후 결제정보를 입력한다(①-1). 결제창을 제공하는 PG를 1차PG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픈마켓이 겸하는 PG(이하 2차PG)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아무튼 구매자의 결제정보를 수신한 1차PG는 A카드사에 결제승인을 요청하고(②), 카드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A카드사는 1차PG에 결제승인 정보를 보낸다(③). 결제승인 정보를 받은 1차PG는 이 정보를 2차PG를 겸영하는 오픈마켓에 전달한다(④). 그러면 오픈마켓은 자신에게 입점해 있는 셀러2에게 주문정보를 보내고(⑤), 셀러2는 주문정보를 바탕으로 구매자와 계약을 체결한다(⑥). 여기까지는 PG가 둘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 말고는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와 별 차이가 없다.
차이가 나는 것은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과정이다. A카드사는 여느 거래와 마찬가지로 구매계약 체결일로부터 2영업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1차PG에 지급한다. 판매대금을 받은 1차PG는 이 대금을 셀러2에게 직접 정산해주지 않는다. 대신 2차PG를 겸하는 오픈마켓에 판매대금을 곧바로 전달한다. 1차PG는 판매대금을 오픈마켓에 그대로 흘려 보내는 일종의 도관(conduit)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셀러2를 포함, 오픈마켓에 입점한 수많은 셀러들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주체는 2차PG 역할을 맡은 오픈마켓이다. 대신 2차PG는 결제정보 송수신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에서는 결제정보 송수신 및 일체의 대금정산을 단일PG가 모두 수행한다. 반면, 오픈마켓 상거래의 경우 결제정보 송수신 및 2차PG에 대한 대금정산은 1차PG가, 셀러에 대한 대금정산은 2차PG가 나누어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3. 오픈마켓의 정산지연 및 정산대금 유용
<그림 Ⅱ-2>에서 본 바와 같이,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것은 전적으로 2차PG를 겸하는 오픈마켓의 역할이다. 그런데 티몬과 위메프는 1차PG로부터 수령한 판매대금을 길게는 70일이 경과한 후에야 셀러에게 지급해왔다. 오픈마켓과 달리, 여타 대형마트 등 판매를 위한 상품을 자신이 직접 매입하는 사업자들은 납품대금 정산기한 규제를 받는다. 실제로,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6), 년간 소매업종 매출액 1천억원 이상인 대형 유통업자는 납품업자에게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지급해야 한다.7) 이는 협상력이 취약한 납품업자 등에 대한 대형 유통사의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면, 티몬이나 위메프처럼 온라인 상에서 순수 판매중개업만 영위하는 오픈마켓을 규율하는 법률은 ‘전자상거래법’인데, 이 법에는 판매대금 정산기한과 관련한 규제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 ‘전자상거래법’은 온라인 입점업체가 아닌 온라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기 때문이다.8)(<표 Ⅱ-2> 참고)
과거 티몬과 위메프는 자신이 판매할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대형 유통업자인 동시에 오픈마켓 플랫폼을 제공하는 중개업자의 역할을 병행했다. 이에 따라 티몬과 위메프 역시 정산기한 관련 규제 대상이었다. 그러나 2019년 양사 모두 100% 중개업자로서 온라인플랫폼(온라인장터)만 제공하는 오픈마켓으로 전환함으로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를 통해 셀러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은 전적으로 오픈마켓의 처분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 결과 판매대금 정산기한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티몬ㆍ위메프가 셀러에게 지급되어야 할 판매대금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유용했다는 점이다. 사실 판매대금 정산이 늦어진다 해도 이들 판매대금이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면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셀러 입장에서 정산지연에 따른 시간적 손실을 입을지언정 적어도 판매대금을 떼일 염려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PG를 겸하는 티몬과 위메프는 판매대금을 자신의 자금과 한데 섞어 사용함으로써, 응당 셀러에게 가야 할 돈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기한을 비정상적으로 늘린 것도 애초 판매대금을 최대한 자유롭게 유용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판매대금을 유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정산기한을 그처럼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셀러에게 가야 할 정산대금의 일부를 자신의 마케팅 비용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이 미국 이커머스 기업인 ‘위시(Wish)’를 인수하는 데도 상당한 규모의 셀러 돈이 유용된 것으로 보인다.9)
이처럼 판매대금 유용규모가 확대되면서 오픈마켓 내부에 남아 있는 자금은 급속히 말라갔다. 결국 기한이 도래한 판매대금 정산을 위해서는 신규 자금 유입이 필요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2024년 6월말~7월초 기간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을 급격히 늘리고자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티몬과 위메프의 일평균 카드 결제금액은 평소 2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6월말부터 급격히 상승해 400억~6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되었으며, 7월 6일에는 평소의 4배가 넘는 897억원을 기록했다.10) 그러나 프로모션이 한창이던 7월 7일부터 판매대금 정산지연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7월 24일에는 카드사들이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결제자금 지급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른다.
PG를 겸영하던 일부 오픈마켓의 정산대금 유용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티몬ㆍ위메프가 입점업체에게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 총액은 1조 3천억원이며, 피해 입점업체 수는 48,124개에 달한다. 입점업체의 업종별 피해규모는 디지털ㆍ가전, 상품권, 식품, 생활ㆍ문화, 패션ㆍ잡화, 여행 순이었다.11)
한편, 오픈마켓이 셀러의 자금을 유용했다고 하더라도, 오픈마켓의 지급능력이 충분하다면 채권자인 셀러는 사후적으로 판매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양사 모두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즉 전액 자본잠식으로 지급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표 Ⅱ-3>, <표 Ⅱ-4> 참고).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들이 미정산 판매대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말이다.
정산대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던 티몬과 위메프는 7월 29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그리고 향후 투자유치 등을 통해 미정산 부채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미 지급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대규모 미정산 부채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구매자와 셀러들이 이들 오픈마켓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카드사의 결제자금 지급이 중단된 7월24일 시점에서 양사의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는 각각 94만명, 79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 후인 8월10일에는 각각 10만 8천명, 8만 7천명으로 급감했다.12) 사태 발발 2주만에 약 90%에 달하는 사용자가 이들 오픈마켓을 떠난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용자가 떠난 오픈마켓에 신규 자금을 공급할 투자자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따라서 회생계획이 성공할 개연성 또한 극히 낮다고 하겠다.
피해를 입은 것은 입점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행패키지 등 결제 후 3~6개월이 지난 후에 실제 소비가 이루어지는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피해에 직면해 있다. 이미 상품대금을 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대금을 오픈마켓으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여행사들이 상품제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가 확대된 데는 일부 은행들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근래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자 은행들은 기업대출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픈마켓 입점업체에 대한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셀러들이 향후 오픈마켓으로부터 정산 받을 판매대금을 담보로, 은행들이 대출(소위 선정산대출)을 공격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2024년 7월말 기준으로 선정산대출 규모는 1,584억원에 달한다.13) 은행권의 대출에 힘입어 셀러들은 오픈마켓을 통한 판매를 보다 적극적으로 늘려 나갔고, 그 결과 피해규모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0년 이후 티몬과 위메프 모두 전액 자본잠식으로 지급불능 상태였다. 셀러에게 귀속될 정산자금을 쌈짓돈처럼 쓰고 있던 오픈마켓의 지불능력이 훼손될 경우, 셀러들에 대한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것임은 재무제표만 살펴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은행권의 선정산대출 확대는, 담보 중심의 기계적 대출관행 심화로 인해 은행의 정보생산기능이 크게 저하되었다는 세간의 주장을 입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Ⅲ. 티몬ㆍ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
티몬ㆍ위메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논의되는 정책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된다. 오픈마켓에 의한 정산대금 유용 방지, 정산기한 단축, 오픈마켓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가 그것이다. 이하에서는 이들 각각의 정책방향이 갖는 의미와 장단점 등을 논의한다.
1. 정산대금 유용 차단을 위한 방향: 이중 분리
판매대금의 정산은 지급결제업무에 해당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지급결제업무는 보관업에서 파생된 것이다. 실제로 고객의 자금을 보관하는 보관업자는 돈을 맡긴 고객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거나 혹은 장부상에서 이체함으로써 지급결제업무를 함께 영위했다. 이러한 점에서 보관과 지급결제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업무인 셈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비롯 유사 이래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한 수많은 금융업자가 모두 보관업자였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14)
보관업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보관 물건의 이용가능성(availability)이 전적으로 보관을 의뢰한 고객에게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보관업자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고객의 자금을 유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은 보관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급결제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보관과 지급결제가 사실상 동일한 업무인 만큼, 지급결제를 담당하는 PG에는 보관업자에 준하는 법적 지위와 의무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온라인 상에서 구매자와 판매자를 위해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는 PG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결제자금 흐름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이러한 취지가 이미 법률에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EU에서 지급결제업자 규제는 지급결제서비스지침2(Payment Services Directive 2: PSD2)에 기초한다. 이에 따르면 지급결제업자(payment institution)는 지급결제를 위해 수취한 자금을 업자 자신의 사업자금을 포함, 여타 자금과 결코 혼용(commingle)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미정산자금은 최종지불이 이루어질 때까지 은행계좌에 예치하거나 유동성 높은 안전자산계좌(예: MMF)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 미정산자금이 예치되는 은행계좌나 안전자산계좌는 지급결제업자가 재량권을 발휘할 수 없는 별도의 분리된 계좌(separate account)이다. 따라서 설령 지급결제업자가 파산하더라도, 이들 계좌에 예치된 미정산자금은 파산한 지급결제업자의 채권자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격리(insulation)되어야 한다.15) 만약 미정산자금의 별도예치가 어렵다면, 해당 자금을 보험에 가입하거나, 보험사,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지급보증을 받아야 한다. 이 때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보험사나 은행은 지급결제업자와 지분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곳이어야 한다.16)
영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국의 지급결제업자는 지급결제서비스규제(Payment Services Regulation)의 규율 대상이다. 지급결제업자는 지급결제를 위해 수취한 자금(relevant funds)을 자신의 자금과 혼용해서는 안 되며17), 미정산자금은 상업은행 혹은 중앙은행(Bank of England)에 분리 예치하거나, 금융감독청(FCA)이 승인하는 유동성 높은 안전자산(relevant assets)에 분리 투자해야 한다.18) 한편, 분리 대상 미정산자금에는 지급을 의뢰한 고객(payer)으로부터 직접 수취한 자금뿐 아니라, 지급결제를 위해 다른 지급결제업자로부터 수취한 자금도 포함된다.19) 이러한 점에서 온라인 상에서 카드사, 은행 등 전통적 지급결제업자를 대신해 지급결제기능을 수행하는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 역시 결제자금의 분리예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편, 싱가포르의 지급결제서비스법(Payment Services Act)은 지급결제업무에 관여하는 일체의 업자 모두를 포섭하는 포괄적 법률이다. 이에 따르면 지급결제를 위해 수취한 자금(relevant money)은 은행 등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해당 자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받아야 한다.20)
전술한 해외 사례는 유형불문하고 지급결제기능을 수행하는 업자 전반에 적용되는 것으로, 지급결제를 대행하는 PG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PG를 규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에는 이를 방지할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이러한 규제공백으로 인해 이번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향후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오픈마켓을 비롯 여타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PG와 같은 지급결제업무를 겸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1차분리: PG와 사업자의 분리). 이를 통해 오픈마켓 등 사업자 자금과 상거래를 위한 지급결제 자금이 혼용될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나아가 PG자체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즉, PG의 고유계정을 지급결제계정과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2차분리: PG 내부의 계정 분리). 경제의 혈맥을 담당하는 지급결제는 100% 확실성이 보장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PG의 고유계정과 지급결제계정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PG 자체의 수익 악화 혹은 자금유용 등으로 지급결제는 언제든 확실한 것이 아닌 확률적인 것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산업자본에 의한 PG 소유가 금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위험은 실제적인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와 PG의 분리, PG 내부의 계정분리라는, 이중의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중 분리가 이루어질 경우, 논의되는 대안의 하나인 오픈마켓 보유 정산대금에 대한 지급보증보험 가입 조치는 불필요하다.
한편, 상품권 발행자에게도 유사한 규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상품권이든 오프라인 상품권이든, 상품권 구입자는 상품권 사용을 통해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상품권 구입자는 상품권 발행자에게 구매자금의 일시적 보관을 의뢰한 것이다. 그렇다면 상품권 발행업자는 구매자금의 보관업자에 해당하며, 따라서 상품권 발행으로 받은 자금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1999년 상품권 발행과 유통을 규제하던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현재 오프라인 상품권 발행업자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그 결과 인지세만 납부하면 한도 제한 없이, 심지어 지급불능 상태인 업자도 제약 없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 티몬ㆍ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문제가 드러난 해피머니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앤씨는 만성적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상품권을 발행, 유통시킨 결과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상품권 발행업자에게도 보관업자 혹은 결제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부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술한 논의는 온라인 상품권 발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행히 지난 9월 15일부터 선불충전금을 비롯한 온라인상품권 발행자금은 100% 별도 관리가 의무화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온라인 상품권과 관련한 결제자금 유용 위험은 대부분 제거될 것으로 판단된다.21)
다만,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충전금의 사용처가 직영점으로 제한된 곳은 별도관리 의무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선불충전카드 발행자가 대형 사업자라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수익 감소 등으로 건전성이 훼손될 경우 카드 발행 자금이 위태롭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별도관리 의무에 예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 정산기한 단축, 감독강화는 부차적 문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판매대금의 정산기한 단축이 논의되고 있다. PG를 겸하는 오픈마켓이 판매대금을 이른 시일 내에 셀러에게 지급하도록 강제한다면 판매대금 유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급결제의 완결성 확보라는 점에서 볼 때, 정산기한 단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정산기한 단축으로 판매대금 유용 가능성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거래의 특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상거래의 속성상 교환, 환불, 오배송, 오착송 등 역정산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산기한의 일괄 단축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아울러 전술한 이중의 분리가 이루어진다면, 추가적인 규제 없이도 정산기한 단축은 저절로 달성될 개연성이 크다. 상거래를 위한 결제자금이 완전히 분리되어 오픈마켓과 같은 사업자 혹은 PG가 유용할 수 없다면, 정산대금 지급을 미룰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산기한 단축이 결제자금의 분리에 비해 부차적인 이유는 또 있다. 정산기한 단축은 본래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지배력 남용 방지, 즉 공정거래를 위한 것이다. 이와 달리, 결제자금의 분리는 시장의 작동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과 관련되어 있다. 결제자금의 분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급결제의 완결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그 결과 시장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다만, 공정거래는 누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가의 문제인 반면, 지급결제의 완결성 여부는 시장의 성립, 나아가 시장의 발전 혹은 존폐를 결정짓는 한 차원 더 높은 문제에 해당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끝으로 금융당국이 오픈마켓에 대한 건전성 규제와 사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현재 PG는 금융위원회의 등록 대상22)이며, 따라서 PG를 겸영하는 오픈마켓도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등록 PG에 대해서는 일부 재무건전성 규제가 부과된다. 일례로 PG는 항시 자기자본>0,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50% 이상, 안전자산 비중 10% 이상 등의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23) 그러나 허가업자가 아닌 등록업자인 만큼 이들에 대한 규제강도는 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본금 증액, 배당제한, 영업정지 등 강제력이 동반되는 정부의 경영개선조치는 허가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24) 대신 등록업자에 해당하는 PG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는 경영개선협약(MOU)을 통해 감독당국이 관리하고 있다.25)
한편에서는 PG에 대한 이와 같이 약한 규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PG를 겸하는 오픈마켓을 금융당국의 허가대상으로 편입하고, 이를 통해 오픈마켓에도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성 있는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업에 전문화된 규제 및 감독기구다. 따라서 오픈마켓과 같은 비금융업의 경우, 지식과 정보 면에서 금융당국은 해당 관할 부처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종류와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용한 자원을 금융회사를 규제하고 감독하는 데 모두 투입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PG를 겸영한다는 이유로 오픈마켓과 같은 비금융업자를 금융당국이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금융당국은 오픈마켓의 PG겸영 금지를 통해 결제자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오픈마켓을 비롯한 비금융업자가 금융당국의 규제 및 감독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Ⅳ. 맺음말
이번 사태가 던지는 분명한 교훈은, 동일한 기능을 영위하는 경우 사업자 유형에 상관없이 동일한 규제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금융회사건 비금융회사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혹은 하이브리드건, 어떤 사업자라도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자금의 보관 및 결제기능을 수행한다면 이는 금융기능으로 규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규제를 위한 원칙은 철저한 분리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할 때, 이번에 문제가 된 티몬과 위메프는 물론, 배달앱, 숙박앱 등 어떠한 형태로든 고객의 결제자금을 보관, 관리하는 업자라면 이 자금을 회사자금으로부터 엄격히 격리시켜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상품권을 발행하는 사업자도 예외가 아니다.
보관ㆍ결제업자에 의한 자금유용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26) 이는 보관자금 혹은 결제자금을 유용하려는 유인이 시공간을 초월할 정도로 보편적인 동시에 매우 강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결제시장 완결을 위한 규제 역시 그만큼 엄격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EU, 싱가포르 등과 같이 결제기능을 제공하는 일체의 업자를 규제대상으로 포섭하는, 포괄적 지급결제업법의 제정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업태의 출현에 따른 지급결제와 관련한 규제공백이 해소되고, 그 결과 지급결제의 완결성, 나아가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결제자금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플랫폼 시장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픈마켓을 비롯한 유통업자는 본업인 유통부문의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고객의 결제자금을 활용해 자신의 이익과 성장을 꾀함으로써 결제시장의 작동을 방해하는 것은 결코 혁신일 수 없다. 혁신 역시 시장이 작동하는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인프라가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포장된 사익추구 행위로 인해 시장의 근간이 훼손될 위험은 없는지 보다 냉철하게 살필 시점이다.
1) 통계청
2) Insight Report(2024. 8. 16)
3)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카드가맹점 표준약관’에 의해 판매계약 체결 2영업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4) PG를 규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PG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로 정의된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19호
5)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제2조
6) 대규모유통업법의 정식 명칭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다.
7)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8) 전자상거래법 제1조
9) 정무위원회(2024. 7. 30)
10) Insight Report(2024. 7. 31)
11) 기획재정부(2024. 8. 25)
12) Insight Report(2024. 8. 16)
13) 금융감독원
14) 신보성(2024b)
15) Payment Services Directive2, Article10. 1(a)
16) Payment Services Directive2, Article10. 1(b)
17) The Payment Services Regulations 2017, Part3, 23(5).
18) The Payment Services Regulations 2017, Part3, 23(6).
19) The Payment Services Regulations 2017, Part3, 23(1)(b).
20) Payment Services Act 2019, Part2, Subdivision2, 23(2)
21)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제13조의2 제1항
22)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 제2항
23) 전자금융감독규정 제63조 제1항
24) 전자금융거래법 제42조 제3항; 전자금융감독규정 제64, 65, 66조
25) 전자금융감독규정 제63조 제3항
26) 신보성(2024b); De Soto(1998)
참고문헌
기획재정부, 2024. 8. 25, 위메프ㆍ티몬 사태 피해현황 점검 및 e커머스 제도개선방안 논의.
모바일인덱스, Insight Report(2024. 7. 31; 2024. 8. 16), //www.mobileindex.com/insight-report
신보성, 2024a, 티몬ㆍ위메프 사태의 핵심쟁점과 과제,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4-17호.
신보성, 2024b, 『부채로 만든 세상』, 이콘.
정무위원회, 2024. 7. 30, 티몬ㆍ위메프의 미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
De Soto, J.H., 1998, Money, Bank Credit, and Economic Cycles, Mises Institute.
Ⅰ. 배경
Ⅱ.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 문제
1. 온라인 상거래와 PG의 역할
2.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
3. 오픈마켓의 정산지연 및 정산대금 유용
Ⅲ. 티몬ㆍ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
1. 정산대금 유용 차단을 위한 방향: 이중 분리
2. 정산기한 단축, 감독강화는 부차적 문제
Ⅳ. 맺음말
Ⅱ.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 문제
1. 온라인 상거래와 PG의 역할
2. 오픈마켓에 의한 PG겸영
3. 오픈마켓의 정산지연 및 정산대금 유용
Ⅲ. 티몬ㆍ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
1. 정산대금 유용 차단을 위한 방향: 이중 분리
2. 정산기한 단축, 감독강화는 부차적 문제
Ⅳ. 맺음말